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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을 읽고

'목욕탕집 남자들?’ 
'거침없이 하이킥?’
'코스비 가족’? 
농담이 난무하는 시트콤을 보고 난 느낌이랄까? 
거기에 투박한 도자기 잔에 담긴 
따뜻한 율무차 한 잔을 마시고 난 뒤의 훈훈함을 더하면 이 책을 설명하기에 완벽하다. 

소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은
‘아부지’ 빅 엔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랑(가족의, 사람 사이의)이야기다. 
자신의 죽음 앞두고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시면서 
장례식을 위해 온 가족이 모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속담처럼 
이 가족도 다양한 인물과 사건, 사고, 아픔이 있다. 
어느 문화, 어느 나라던지 간에 ‘가족’ 만큼 어려운 관계는 없는 것 같다. 
너무 가깝고 내밀해서 오히려 
가장 솔직하지 못한 관계가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가족들이 서로 사랑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 
그리고 사이가 좋아야 한다는 신화가 
끼어들면 죄책감과 자책감마저 생겨나게 된다. 
하지만 나는 나이를 먹음에 따라  
'사랑하는 것'과 '사이좋은 것’,
‘친하게 지내는 것’은 같은 의미, 같은 작용이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사랑하지만 어려울 수 있고, 소중하지만 억척스럽게 구는 경우도 있으며
그립지만 말하지 못하는 마음도 있는 법이니까…
세상에는 모래알 만큼이나 다양한 ‘마음’들이 있으니까.
사랑은 꼭 이래야 한다는 신화, 믿음, 정의는 불필요한 것 같다.
가족이기 때문에 밉고 가족이니까 서운하고 지긋지긋한 것 같다. 
하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다시 만난다. 
그것을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피의 힘?
‘정'일수도 있고 ‘사랑'일 수 도 있는,
무엇이라 설명할 수 없는 그것이 가족을 움직인다. 
그렇게 비틀리며 이어지는 나무의 가지처럼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물처럼 합쳐지고 나뉘면서 말이다. 

가족은 헤어졌다가도 다시 만나는 법이지.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마치 물처럼 말이다. 
이 사막같은 삶에서 가족이란 바로 그 물이었다. 
p.70

자식 많고 문제 많은 가정의 맏아들인 빅 엔젤은 항상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평생을 강한 에너지로 가정과 가족을 이끌며 가족의 ‘아부지’가 된 그가 원하는 것은 단 한가지, 
‘경외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다가 친구가 감사한 것들을 적으라고 준, 그가 '나의 멍청한 기도 제목들'이라고 이름 붙인 몰스킨 수첩에
‘자식들 보다 더 키가 커지기’ 라고 쓸만큼 나이 들고 작아진 빅엔젤은 죽음앞에서 
한 평생 강한 남자로 살아온 자신의 지난 날을 생각한다. 
그의 삶에는 단 하나의 구심점이 있었다. 
바로 아내, 그녀를 향한 사랑이었다. 

-제일 좋았던 부분이 언제였어?
-파티에서?
-아니, 여보 우리 인생에서.
-다 좋았어.
-나쁠 때도 좋았어?
-나쁜 때는 없었어. 당신이 있는 삶에 나쁜 때는 없었어. 

죽음이 코앞에 닥치더라도 빅 엔젤처럼  
사랑하는 반려의 품에 안겨 내일을 꿈꿀 수 있기를!!

뭐, 좋아.
난 내일 죽을거야.
하지만 그 전에 먼저 해변에 갈거야.
p.512

빅 엔젤의 삶을 엿보던 지난 며칠 동안 많이 웃었고 많이 뭉클 했다. 
고마해요. 빅 엔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