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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구두,10,그리고 내성적인-창비



서로 다른 모습의 10개 이야기가 

담겨진 책이 집으로 배달되어 왔다.

창비 출판사의 눈감고 보는 책,

'구두, 10, 그리고 내성적인'

설레임으로 시작해서  의문으로 끝낸 책.

의문을 풀 단 하나의 힌트는 '그리고 내성적인' 이다.


이야기마다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강박, 내재화, 그리고 '왜곡'이라는 방어기제의 발동이다.

주로 감정을 누르거나 회피하려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보이는 심리 상태이다.

바로 '그리고 내성적인' 사람들 말이다.

나도 '내향적인' 사람으로 

평소 말도 없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강박등에 시달리지 않는다.

내성적이고 내향적인 모든 사람들이 강박들에 시달리지 않는 이유는 '내재화'에 있다. 

쉽게 말하면 속으로 쌓아두고 속으로 삭히는 것을 말한다.

또는 쌓아 두면서도 회피하는 , 현실에서의 해소되지 못한 

감정의 찌거기가 쌓이고 모여 썩는 현장이 바로 내재화이다.

이 이야기들은 온갖 감정의 내재화로 인한

 왜곡, 회피된 감정들이 

비정상적으로 혹은 무분별하게 분출될 때의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추리해본 바 ,

각 10개의 이야기는 옴니버스식으로 연결되어 

주인공 혹은 화자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먼저 제일 처음 나오는 이야기,

"구두"

'구라는 소재는  이야기 안에서 그 사람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모티브이다.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반신반인이

훗날 아버지 신이 증표로 남기고 간 신을 들고 찾아가 

아들로서 인정받게 된다는 그리서 로마 신화에서의 구두.

또  콩쥐 팥쥐, 신데렐라 등등의 이야기에서도 구두, 신발은 정체성, 존재 등을 의미한다. 

이 이야기에서 구두는 

가사 도우미 면접을 보러온 여인의 헌 구두를 보고 

강박을 느끼기 시작한 주인공(집주인)의 고백을 쓰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에 면접보러 온 여인이 자신의 헌구두를 두고 

집주인의 구두를 신고 갔다는 부분에서

'시종일관 보이는 그녀의 정신적 강박이 과연 강박뿐이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그녀는 '구두를 잃음'으로서 정체성도 함께 잃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야기를 보자 .

오가닉 코튼 베이브라는 이야기에서

화자의 부인은 건강염려증의 행동패턴을 보인다.

약과 건강에 집착하던 그녀는 점점 강박의 과속도(?)를 보여준다,

무엇에 대한 불안을 잊기 위해 집착하고 

그것을 잊기 위해 또 집착하고 집착하다가 

결국은 회피에 빠지게 된다. 

그녀가 만약 남편에게 자신의 불안을 터놓고 말할 수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혹은 남편이 불안해 하는 그녀에게 더 관심을 기울여 

강박행동에 대한 조치를 해줬다면 이들의 결말은 다르지 않았을까?

자신을 돌아보고 포용하지 못한 내성적인 성격이 그녀를 영원히 가둬버렸다.


얼마 전에 보고온 '굿다이노'라는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때론 두려움을 이겨내야만 진정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단다"

두려움으로 위축된 아들공룡에게 아버지 공룡이 건네는 말이다.

자신을 알고 , 돌아보고, 안아주는 일은 대단히 용기가 필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기 때문에 

진짜 자신보다 자신을 더 멋지게 꾸미거나 치장한다.

하지만 진짜 '나' 를 돌보지 못하면 

내재화된 감정들이 강박과 왜곡 ,회피, 투사 등으로 나타나

관계에 틈을 만들기 시작한다.

용기를 내어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을 

안을 수 있는 사람은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을 알게 될 것이다.

행복은 어떤 장소나 위치가 아니다. 

행복은 내가 느끼는 순간이다. 

10개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읽으며 비록 가상의 인물들이지만

이제 그만 용기내어 자신을 돌아보라고 응원해본다.